서론
절망적인 독서량을 고려해서 자기개발서류는 가능하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정말 유명한 책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실제 주장하는 바는 2%, 나머지는 왜 이러한 방법이 좋은지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기에 시간을 들여 다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장만 납득이 된다면 나머지를 전혀 읽지 않아도 아는 것에는 지장이 없을 터이니. 문제는 이를 실천하는 쪽이겠지만 말이다.
대학원생 생활을 하면서 본인의 장기프로젝트 진행 능력이 거의 0에 가까움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성과를 평가할 확실한 metric 이 없고, 중간 평가도 존재하지 않으며 (실험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논문도 좋은 metric으로는 기능하지 않는다) , 연구란 것이 어느 수준에서 불완전한 상태로라도 마무리 하지 않으면 끝이 나지 않기에 대학원생이야 말로 뚜렷한 장기 계획 능력이 필수이다. 혹 과거로 돌아가 다시 석박통합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다면 온갖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무엇보다 이 능력을 갈고 닦을 것이다.
때문에 조금이나마 문서화된 도움을 얻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부는 내가 이미 시험삼아 실행했다가 생각보다 엄청난 효과에 놀라고 있던 것이었고, 일부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 또 일부는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 생기지만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방법들이었다. 이 중 당연하다고 여기는 파트들은 빠른 속도로 스킵하면서 넘겼기에 독서록에 기록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몇몇 내용들을 내 생각들을 추가해서 아래 정리해본다.
계획 세우기
버킷리스트와, 마스터 플랜, 액션 플랜, To Do list를 구분하자.
버킷리스트는 인생 단위로 봐서 이루고 싶은 꿈들을 현실성과는 상관 없이 정한다. 단, 보통 버킷리스트에 쓰는 '스카이 다이빙 해보기' 마냥 가벼운 것들이 아니라 삶의 목적이 될만한 것들로 채운다.
다음은 10-20년 단위의 마스터 플랜을 정한다. 특정 직업을 얻기, 무언가 만들어 내기 처럼 큰, 하지만 현실성이 있는 목표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액션 플랜은 마스터 플랜을 달성하기 위한 길게는 1년 단위의 더 세부적인 목표이다. 논문 쓰기, 책 출간하기 등이 여기 해당된다.
To Do list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 끝낼 수 있는 일들의 목록이다. 논문의 결론 파트 한 문단 작성 등이 여기 해당 된다.
버킷리스트와 마스터 플랜의 조건
종이에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적인 정리가 필요할 때에는 꼭 종이와 만년필을 꺼내든다. 그렇게나 글을 쓰기 싫어하는 학생이었는데 아직까지 생각 정리를 함에 있어서 종이와 펜 이상의 것을 찾지 못했다.
To Do List의 조건
SMART 원칙이라는 것이 괜찮은 기준인 것 같다. Specific, Measurable, Attainable, Relevant, Time-bound
이 중 specific과 time-bound가 내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파트다. 생각보다 스스로 큰 덩이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 크게 To Do List를 잡으며, 여기 걸릴 시간도 너무 낙관적으로 짧게 잡는다. 물론 호프스태터의 법칙이 있듯이 비관적으로 생각하여 길게 잡아도 이보다 오래 걸리겠지만... 메타인지 훈련을 위해서라도 꼭 To Do List 안에는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적어두는 것이 좋다.
Specific To Do List
링피트를 하는 습관을 만드려고 시도했던 것 중에 하나가 To Do List를 아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운동하기", "매일 링피트 30분을 하기" 이런 것이 아니라 무려 "하루에 한번 닌텐도 스위치 켜기" 였다. '이걸 못할 수는 없지' 수준으로 To Do 를 만들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그 뒤를 할 수 있게 되더라. To Do 를 잘 못지키게 되는 것 같으면 더 세세한 단위로 쪼갤 필요가 있다. 아래는 기억해두면 좋을 말들이라 적어둔다.
소설을 쓰는 것은 밤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춰주는 데까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헤드라이트가 비춰주는 곳까지 달리다 보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 E. L. 닥터로우
You solve one probelm and you solve the next one, and then the next. And If you solve enough probelms, you get to come home. - Martian
역산 스케줄링
이것도 어려워 하는 파트 중 하나이다. 특히 상황이 절망적이면 큰 그림을 보려고 하지 않고 자꾸 '그냥 지금 열심히 하자' 수준에서 일을 수행한다. 꼭 액션 플랜을 기억하며 Dead Line을 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To Do List를 짜야한다. 짜야 하는데..
전날 밤에 내일 할 일 생각하고 써두기
시험 삼아 시도했다가 엄청난 효과를 봤었는데, 이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짧게 소개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야행성 인간이라 그런지 아침에는 집중도 안되고 큰 범위의 생각이 어렵다. 때문에 전날에 멍청해진 오전의 자신을 위해 무지성으로 해야할 일들 리스트를 적고, 다음날 졸린 나는 하라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오전 시간의 효율을 정말 높여주었다. 한가지 특이점은 앱에 기록해두면 잘 쓰지 않고 꼭 종이에 기록해서 아침에 학교에 가며 가져가도록 하는 쪽이 효과가 좋았다는 점이다.
계획 실행하기
계획 실행의 1/3 정도는 계획 수정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결국 계획은 실제 실행 내역과 어그러지게 된다. 그렇게 실제 실행 내역을 보고 계획을 수정하는 일을 계혹 하다보면 애당초 맞지도 않을 계획을 왜 짰나 싶을 정도로 낙담하게 된다. 이것은 과연 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계속 계획 수정을 하는 것을 지속해봐야 겠다.
결론
계층적인, 그리고 시간을 정할 수 있는 할일 나누기가 관건인것 같은데 최근 마음에 드는 사이트를 하나 찾았다. 2주 정도 사용을 해보고 마음에 들어 별 기능도 없는 사이트지만 한달치를 일단 결제해 사용해보기로 했다. 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To Do List를 계층적으로 만들 수 있고, 전체적인 일의 흐름도 볼 수 있다. Timeline view가 유료 전용이라 아쉽지만, 일단 대체제를 찾기 전까지는 이 사이트를 사용해볼 생각이다.
'기록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의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를 읽고 (0) | 2022.12.19 |
---|---|
달라이 라마의 <종교를 넘어>를 읽고 (0) | 2022.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