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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19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의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를 읽고
제목과 표지만으로 책장에 꼽아두었더니 가치를 충분히 수행했던 책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주변 사람의 멍청함을 당당하게 욕하는 통쾌함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반응을 구경하는 재미, (’이거 나 보라고 꼽아둔거지!’, ‘너도 멍청할 때가 있잖아!’, ‘아니야 이거 분명 저 사람을 멍청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꺼야’) 그리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의 셋을 챙길 수 있다. 물리적인 책의 존재로 오는 만족감이 있었기 때문에 전자책인 경우 1/5점, 종이책인 경우 4/5점을 주고 싶다.
전반적인 내용은 다양한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칼럼리스트, 작가 들에게 멍청함에 대한 글을 요청하거나 멍청함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 내용을 모은 모음집이다. 제목 때문에 멍청함에 대한 심도깊은 탐구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니 내게 ‘인간의 멍청함’을 연구해보라고 하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감도 못잡을 것 같다. 때문에 내용이 난잡하게 얽혀있고, 멍청함과 관련된 뇌 영역을 이야기하는 글 부터 육식의 멍청함을 이야기하는 글까지 다양한 내용이 통일성 없이 섞여있다. ‘책’이라기 보다는 ‘멍청함을 주제로한 잡지 특별호’ 의 느낌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프랑스 인들의 글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는데, 이들의 문화적 특성으로 보이는 모습을 얼핏 볼 수 있었다. 바로 얼마전 미국인이 쓴 조금은 딱딱한 내용의 책을 읽어서인지 유독 많은 글들이 그림, 소설 등으로부터 내용전개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내용은 멍청함을 다양한 방식으로 욕하고 ‘그들을 구제해줄 수 없으니 피해라’ 식의 결론을 내리는 터라, 소개된 그림이나 책들을 찾아보는 쪽이 더 즐거웠던것 같다. 심리학과에 있으면서 이름을 한번쯤은 다 들어본 유명한 교수들도 인터뷰가 있었는데, 과학자답게 질문이 충분히 세부적이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이런 결과도 있고 아닌 결과도 존재합니다.” 식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잡지를 읽는 느낌으로 읽어야 온전히 책을 즐길 수 있을것 같다.
그나마 진지함이 느껴졌던 글은 세바스티아 디게 교수의 글로 멍청함의 근원을 철학자 해리 프랑크푸르트의 말을 인용하며 멍청함은 “진실에 대한 관심부재”에 기인한다고 이야기 했다. 내가 생각해도 지능 부족으로 진실을 이해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것을 넘어, 진실 그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다른 것에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분명 행동이 멍청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전문성이나 지능과는 상관 없이 “관심의 부재”로 인해 누구나 멍청해 질 수 있기에, 대다수의 글들에서 ‘누구나 다 멍청해질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자기 비판적인 사고를 해야한다.’ 고 결론을 내린다. 안타깝게도 어떤 글도 미래에는 멍청함이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을 하지 않는다. 인류는 결국 멍청함과 함께 해야만 하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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