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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10.14 포닥을 관둔지 두달이 지났다.
  2. 2024.04.04 포닥을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다.
  3. 2024.02.29 해외에서 번호이동 1

    포닥을 그만둔 지 두 달이 지났다. 2025년 7월 31일이 마지막 근무일이었으니, 실제로는 두 달하고도 보름쯤 된 셈이다.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 일이고, 이후의 삶을 충분히 그려왔기 때문에 지금의 일상이 특별히 낯설지는 않다.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불안하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다. 일이나 사람으로 인해 나를 찾아주는 이들이 많아서 예상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건강한 습관을 만들기 어려운지, 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겁이 나는지, 왜 루틴이 쉽게 잡히지 않는지 자주 생각한다. "백수, 생각보다 어렵고 바빠."라며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마치 '바쁨 불변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제는 하지 않아도 될 생각들로 머릿속은 여전히 쉴 틈 없이 돌아간다. 두 번째 포닥 라운드를 기다리며,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긴 방학을 보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사직서를 내고 산 속에 들어가서 보는 하늘은 색이 확실히 달랐다.

 

  일상 업무에 치이다가 갑자기 시간이 '턱' 하고 주어지니, 자연스레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남자는 50대가 넘으면 호르몬 문제로 두 번째 대격변을 맞이한다는데, 나는 조금 일찍 그 과정을 경험하는 기분이다. 가장 근원적인 질문은 결국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였다. 나를 과학자의 길로 이끈 원동력이자, 수많은 취미의 근원이자, 올해 초 잠시 잃어버렸던 바로 그 ‘좋아함’의 문제다.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들을 나열하고, 왜 하고 싶은지, 어떤 점이 좋은지를 Obsidian에 정리해보았다. 예전에는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들도 내 호오(好惡)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줄 단서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곧 결혼을 앞두고 유부남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하나같이 "네 취미용품을 미리 사둬라. 심지어 앞으로 네가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취미용품까지 말이야."라고 말했다. 미래의 '좋아함'까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인생의 선택도 조금은 더 현명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좋아했던 다양한 취미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연구를 하며 늘 고민하던 프로젝트 관리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 이번에는 Trello를 다시 꺼내 들었다.과거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시절 여러 프로젝트 관리 도구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처음 만난 서비스다. 당시에는 삶도 회사 일도 지금보다 훨씬 단순해서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 기능이 꽤 마음에 든다. 아래는 개인 작업용 보드의 스크린샷이다.

 

가만히 쉬지는 못하는 편.

 

    미뤄두었던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마무리하고 있다. 작게는 늘 마음에 걸렸던 서랍장을 고치는 일부터,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제품 설계, 가족을 위한 제작 프로젝트까지,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해냈다. 내가 만든 것들로 인해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타인으로부터 존재의 의미를 인정받으려는 성향을 지닌, 참 귀찮은 인간'임을 확인했다. 이후에 진행할 연구도 세상에 미칠 긍정적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공기질 측정기. 이전 버전보다 심미적으로 좋아졌다.
동생 베이비 카메라 거치대

 

    비자 프로세스는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고, 다음주에 건강검진을 앞두고 있다. 이 여유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불안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후회없이 쓰리라. 

 

Posted by Knowblesse

  미국으로 포닥을 온지 한달이 지났다. 실은 한달하고도 2주가 더 흘렀지만 살면서 가장 분주했던 2주는 없었던 시간처럼 느껴진다. 미국의 주민등록증이자 Social Security Number 발급부터 해서, 입을 옷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식사 루틴을 짜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살 장소까지. 정말 많은 일들을 해냈다. 한국에 있으면서 당연하게 누렸던 편의점, 지하철, 은행 시스템들이 이토록 그리웠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정보가 부족했던 과거에, 혹은 더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와서 정착하고, 유학을 하거나 연구를 이어간 내가 아는 사람들이 더욱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한달을 보내면서 나도 조금은 대단해졌을까.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갖추어졌으니, 이 다음 고비는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하는 태도나 너무 사소해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사회적 약속, 사람을 대하는 문화 등에서 많은 충돌을 겪을 것을 각오하고 있다. 현재 연구실에는 나와 PI 밖에 없기 때문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충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과거 시끌벅적했던 연구실을 떠올리면 지금이 더 심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다가오지 않은 학습의 시간들은 나로 하여금 폭풍 전야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틀을 깨고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가져보려고 노력을 하는데 정말 쉽지가 않다. 오늘은 초자아의 부단한 노력으로 극도로 내향적인 자아를 모르는 교수님 연구실에 질질 끌어넣는 것을 성공했다. 덕분에 바로 옆 연구실 사람들을 소개받고, 앞으로 인사를 주고받을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오늘따라 극도로 피로함을 느끼는 것은 아마 엉망이 된 자아 때문이지 않을까. 미안하다 야.

 

  2주 전 즈음인가 외부 연사 초청이 있다고 관심있는 포닥/학생들에게 점심/저녁 식사 자리 제안이 왔다. 둘다 시간이 된다고 말을 해뒀는데 어쩌다보니 점심/저녁 모두에 참석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 알고보니 이런 자리는 5명 내외의 소규모로 진행이 되는 식사자리고 상당히 어색할 수도 있다는 말을 PI에게 들었다. 이제와서 발을 빼기에는 늦었다. 회복을 못한 내향성은 한번 더 고통을 받을 것 같다. 이렇게 자주 고통을 받다보면 조금씩 성장하지 않을까? 언제까지고 모니터 뒤에 숨어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피로감 때문인지 연구라는 행위 자체에 회의감을 살짝 느꼈다. '연구란게 이렇게 힘들면서까지 해야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매일 저녁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오늘 한 일에 대한 작은 뿌듯함과 앞으로 할 연구에 대한 두근거림을 느낀다. 이것으로 충분할까? 오랫동안 날 앞으로 이끌어줄 연료가 되어줄까? 아마 가치관을 정립한 것은 좋은데, 가치관에 기반한 구체적인 목표를 정립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가치관이 있으면 아예 경로를 벗어나더라도 바른 길로 갈 수 있지만, 작은 하루하루의 deviation 에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할 것 같다. `내가 해야한다` 보다는 더욱 더 강한 동기가 필요하다.

Posted by Knowblesse
카테고리 없음 | 2024. 2. 29. 13:54 | /49

서론

매일 매일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삶도 실험이네 ㅎㅎㅎ)

미국에서 포닥을 시작하며 한국 핸드폰과 번호를 가져가기로 정했다. 하나의 휴대폰에 2개의 sim을 쓰거나 usim을 바꿔끼는 방법도 있지만 분명 자잘한 문제들이 생길 것 같았기에 (나중에 찾아보니 정말 많은 문제들이 생기더라. 모험을 하지 말자 ㅎ) 미국용 공기계를 새로 하나 샀고, 편의점에서 KT 바로유심을 사서 미국으로 갔다.

일주일정도 정착과정을 완료한 후, 한국 핸드폰을 슬 월 1,800원 유심으로 바꾸려고 했다. 여자친구가 셀프개통을 순조롭게 진행했다고도 했고 로밍도 다 되고 wifi도 다 되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었다.

 

요약

미국에서 KT Skylife 번호이동은 안된다. 정확히는 번호이동과 개통도 되고 문자 수신도 가능하지만 내 기기가 자신의 번호가 무엇인지 모르게 되고 발신이 제한된다. 

단, 번호이동 당일에 한하여 취소를 하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간다. (새로 산 유심은 버리게 되지만)

 

본론

핸드폰 개통 자체는 핸드폰이 네트워크에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도 가능하다. 무슨 말이냐면 내 USIM카드의 번호와 핸드폰 번호, 개인정보를 등록하는 것이라 WiFi 만으로도 가능하다. 안그러면 어떠한 네트워크에도 연결을 할 수 없는 공기계에서는 절대 셀프개통이 되지 않을 것. 

 

문제는 개통 완료후 다음 단계가 기기가 번호를 받아오는 과정이다. NAMing, 네밍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은 국내 네트워크에서 진행이 되어야만 한다 (고객센터 확인). 일부 SK 알뜰폰류에서는 된다는 말을 본적이 있지만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하나 웃긴것은 개통완료 후에 통신사와 로밍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해외통신사는 내 핸드폰이 누구인지 알아 문자 수신, 모바일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필자도 재부팅 후 NAMing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문자가 수신이 되는 것을 보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번호등록과정이 끝나지 않고 자꾸 에러를 내뱉으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불안의 연속.. 결국 끝끝내 번호등록은 성공하지 못했다.

 

사실, 한국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는 단 두 가지다. 1)나중에 돌아갔을 때 내 주민등록번호보다도 중요한 핸드폰 번호를 킵할 수 있을 것. 2) 본인인증을 할 수 있을 것. 때문에 문자 수신도 잘 되는데 언젠가 한국에 방문할때 번호를 받아오면 되지 않나도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가장 빨리 나가도 3개월 뒤의 일이었기 때문에 일단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다. 일부 후기에서 고객센터에서 강제 등록을 해서 해결한 케이스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아마 이번처럼 핸드폰이 자기 번호를 못 받아오는 케이스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

 

여자친구의 도움으로 KT Skylife에 전화를 해서 알아본 결과 해외에서 번호이동은 불가능하며, 번호이동 당일에는 Ctrl+Z가 가능하다는 정보를 받았다. 

 

KT Skylife의 경우 해외에서 고객센터 전화가 다 막혀있고, 아래 번호만 작동을 한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번호지? 왜 못찾았지..)

 

+82-2-2620-5000

 

아래로 전화를 걸어 당일 번호이동 취소를 하면 일단 이전 서비스로 복구가 가능하다. 대신 한번 등록기록이 있기에 새로운 USIM은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모두 번호이동은 국내에 있을 때 하시길....

Posted by Knowblesse